'검찰, 수사·기소 주체 분리' 카드까지 꺼낸 추미애 법무장관

입력 2020-02-11 17:37   수정 2020-02-12 03:36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1일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소권 남용을 막기 위해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데다 상위법인 형사소송법 위반 소지가 있고, 권력형 비리 수사를 통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 기소 분리’ 화두 던진 秋

추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검찰이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 중립성과 객관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며 “법령 개정 이전에라도 지방검찰청 단위에서 시범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막기 위해 운영하는 전문수사자문단,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적 장치 외에 검찰 내부적으로 수사팀과 기소팀을 분리해 서로 견제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 검찰 사례를 들어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기소 이후 무죄율이 상당히 높다”며 “검사의 기소와 공소유지 부담을 낮춰주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그림 아래에서 추진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추 장관은 “조만간 검사장 회의를 열어 수사와 기소 분리에 대한 내부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여러 논의를 거쳐 검·경 수사권 조정 하위 법령에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만약 법무부가 어떤 검사에게 수사만 하고 기소를 못하게 한다면 이는 검사가 기소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상위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 장관이 유일하게 예로 든 일본 도쿄·오사카·나고야지방검찰청의 총괄심사검찰관 제도가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취지와는 다른 제도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에 정통한 한 검사는 “총괄심사검찰관은 기소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견제하는 ‘레드팀’ 역할을 할 뿐 기소 결정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 장관이 좋은 뜻에서 추진하는 일이겠지만 ‘검사 윗선’의 의도에 따라 일선 검사들의 수사 의지가 꺾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더 어려워진다거나 수사 후 기소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욱 늘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소장은 비공개가 원칙”

추 장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비공개 논란과 관련해선 “공소장이 공개되면 피고인의 헌법적 가치(무죄추정 원칙)가 침해된다”며 “앞으로 ‘기소 후 공개재판 전 단계’ 형사사건은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고, 공소사실 요지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만 한정한 조치가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의혹 등 기소가 예고된 모든 사건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공소장 비공개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미다.

“왜 하필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부터 공소장 비공개를 추진하냐”는 기자들 질문에는 “여러 차례 내부 회의를 거쳐 나온 결과”라고만 답했다. 다만 “(공소장이 공개되면) 검찰과 언론을 통한 ‘유죄추정의 원칙’이 지배됨에 따라 사건 관계자들은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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